그날의 분위기

      유지현_강릉시립미술관학예사

      본문

      강릉시립미술관 특별전시 <그날의 분위기>는 강릉문화재단 박준용청년예술문화상 수상자 이장우(1986~)작가의 유화작품을 전시합니다. 이장우는 4살 때 자폐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부모님은 혼자만의 세상에 고립되어 있던 7살 아들에게 붓을 쥐여 주었습니다. 초등학교 이후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유화를 배웠고, 초기 유화작품은 <자화상>,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메이, MAY>등이 있습니다. 이후 풍경을 담은 유화 작업에 몰입하였으며 대표적으로 <강릉 경포바다>, <강릉 경포 소나무> 등이 있습니다.

      2023년 4월 11일 강릉에 대형 산불이 번졌습니다. 본 전시 개막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의 작업실에 보관 중이던 400여 점의 작품이 전소됐습니다. 젊은 작가의 전 생애에 걸친 작업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작업실 바닥을 두껍게 덮고 있던 불타버린 잿더미 속에서도 작가의 예술혼이 불타올랐던 것일까요. 모두가 절망하였을 때,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예정되어 있던 남프랑스 스케치 여행을 떠났습니다. 본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프랑스 배경의 작품들 <샤모니 몽블랑의 새벽>, <니스일출>, <앙티브>, <아몬드꽃> 등이 바로 이 여행으로 탄생했습니다. 잿더미 속에서도 오롯이 희망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신작은, 작가 특유의 안온(安穩)하고 명징(明澄)한 분위기 속 두터운 물감 층과 마티에르(질감)가 돋보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는 그날의 분위기가 담겨있습니다. 이 전시에서 여러분은 어떤 분위기를 느끼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