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만든 세상,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박미연 전시기획자

      본문

      미술이란 무엇이고 왜 미술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시대와 지역, 계층, 세대의 다양한 이해와 표현 방식이 있다. 미술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역사, 사회,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하지만, 많은 수의 작가들은 ‘미술은 나의 표현방식이며 그리고 싶기 때문에 만들고 싶기 때문에 미술을 한다’는 답을 전해준다. 단순하지만 가장 솔직하고 핵심적인 응답이다. 눈앞에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옆으로 밀어내고 자신의 본능에 가장 충실한 답변일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행복해요’라고 한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거나 자신이 의식하지 못해도 이런 이유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 작가가 진정성 있는 태도로 미술을 대하면서 자신에게 솔직한 그림을 그릴 때 사람들에게 미술 자체의 힘과 감동을 전해 줄 수 있다.
         
      이번 첫 번째 개인전을 통해 세상에 자신을 알릴 준비가 된 이장우 작가 역시 자신에게 솔직한 그림을 그린다. 자폐가 일상적인 소통에 다소 장애가 되더라도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는 큰 장점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일종의 차단막이 되기 때문이다.
      이장우 작가는 10년 넘게 살고 있는 강릉과 그 주변의 산과 바다, 동네 풍경을 그림의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빛과 시간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옮겨 온다. 작가 마음속에 담기는 풍경과 오브제를 캔버스에 담는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가져온 일관된 태도이다.
         
      그림에 대한 진솔하고 꾸밈없는 자세는 고스란히 그의 작품에 투영된다. 최근 몇 년간의 작업들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마티에르 덕분에 캔버스에 부피감과 깊이감이 생겨나고, 강렬한 색의 미묘한 변화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그림에서 맑고 투명한 인상이 남는 것은 그가 그림에 대해 갖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근작에서 이르러 작가는 재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듯하다.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세상의 형태와 색을 섬세한 마티에르와 다양한 색의 변화로 구현하고 있다. 사실적인 풍경은 마음의 색,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색으로 표현되면서 극적인 풍경으로 변화한다. 노을이 지는 아파트의 풍경은 검정과 붉은 색의 섬세한 변화를 보이면서, 그 속에 수천 가지의 색을 발견하게 한다. 자작나무 숲은 단풍의 붉은 색과 자작나무 껍질의 색이 대비를 이루면서 마치 자작나무가 내 눈 앞에 있는 듯한 환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수많은 색을 만들어 겹겹이 쌓아 올리면서 평면을 입체로 변하게 하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캔버스 안에서 만들어 낸다.

      이장우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극적이다. 넘실대는 파도와 하늘을 뒤덮은 구름, 산을 물들인 붉은 단풍은 바로크 회화 같은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작가의 열정이 분출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작가의 예술적 에너지는 앞으로 만들어질 좀 더 크고 대담하면서 섬세하고 치밀한 작품의 동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와 같은 감동을 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