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낸 풍경과 숨겨진 빛

      박미연_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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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첫 개인전 기획을 계기로 작가 이장우를 알고 지낸 지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이장우는 8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11번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올해의 청년작가상도 수상했으며, 여러 기관에 작품도 소장되었다. 30대 중반의 청년 작가로서 늦은 데뷔에도 불구하고 이만한 활동 경력도 쌓기 어려운데, 작품 판매도 꾸준히 되고 있다. 그리고 새 작업실 오픈을 앞두고 있어서, 앞으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물리적 여건도 갖추게 되었다. 그가 성실하게 작업을 해온 결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요즘 말로 ‘리스펙트’할 수 있는 작가이다.

      첫 개인전 서문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당시 이장우의 작품에 주목했던 지점은 마티에르와 색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10시간씩 꾸준히 작업을 해온 성실한 태도는 앞으로 만들어질 좀 더 크고 대담하면서 섬세하고 치밀한 작품의 동력으로 여겼다. 이 지점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변함없이 스스로 정한 작업 시간을 지키며, 마티에르와 색을 극적으로 구사하여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장우는 지난 5년 간 200여 점 넘는 유화를 그렸는데, 매 개인전마다 놀랍고 새로운 감정을 일게 하는 풍경을 선보였다. 강릉의 명소인 경포호수, 안목, 사천 등이 작품 속 공간으로, 소나무, 자작나무, 겨울산, 단풍 등이 작품의 소재로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이장우는 매번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개인전의 부재이기도 한 ‘아빠와의 여행’을 통해 이장우는 익숙한 공간에서 조금씩 조금씩 공간을 확장해 가기도 했다. 강릉에서 동해, 주문진, 속초, 인제로, 울릉도와 독도로, 서울, 춘천으로의 여행은 작가가 직접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풍경의 순간을 채집하여 다음 작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림 소재를 찾아 장우와 같이 길을 떠나는” 시간들이었다.

      이장우는 우리의 친숙한 풍경을 그리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건 “삶이 단순한 아들의 마음 속에는 빈자리가 많아 우리가 흘려보낸 풍경과 그 속에 숨겨진 빛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흘려보낸 일상의 풍경들과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그 속의 빛을 이장우는 마음의 눈으로 인지하고 있는 걸까. 이를 작가에게 물을 수는 없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다만 우리는 이장우의 그림을 꾸준히 성실하게 보면서 ‘그럴 것이다’라는 심증을 쌓아가면서, 그의 “낯익지만 새로운 풍경”을 발견해내는 즐거움을 알아갈 뿐이다.

      *큰 따옴표의 내용은 아버지의 글에서 가져옴